안녕2015. 8. 18. 02:48

나만 글을 안 올렸었지 ㅎㅎ

알바 시작한 이후로 뭔가 정신이 없어진 거 같당 최근엔 글은 커녕 책도 거의 못 본듯..ㅎ

예전에 남겼던 짜투리 글 두어 개 일단 가져왔어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마도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장면과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삶도 그러한 것 같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나갔다 다시 밀려오고... 우리는 미래를 그리면서, 목표를 세우고 그것만 이룬다면 세상을 다 가진 것과 같을 것처럼 목표를 신성시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파도가 밀려온 후 다시 밀려나가듯이 그 목표를 이룸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새로운 목표의 설정을 필요로 한다. 고민이라는 것 또한 밀려나간다고 해도 또다시 밀려오게 된다. 인생의 한 지점만을 보고 그것을 향해 일직선의 도로를 달려나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나가고 다시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본다는 행위에도 육감이 동원되어야 한다. 만져보고 느껴보고 들어보고 맡아보고 쳐다보고 난 후 종합적인 감동이어야 한다.

그래서 난 사진에 제목 붙이는 것을 거부한다. ... 설명할 수 있으면 글로 표현했을 것이다. 설명할 수 없기에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김영갑 갤러리에서 그의 이야기를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삶에는, 그의 생각에는 힘이 있다.

대체 무엇이 제주를 그렇게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가 싶었다. 무엇에 이끌려 김영갑 작가는 제주 속에서 이십 년을 보냈고 그 속에서 그는 무엇을 찍고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걸까. 그가 말하는 외관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그 이면에 있는 제주의 아름다움이 뭘까.

그것에 빠져 미친듯이 몰두했던 그의 삶에 처음에는 이질감과 경외감을 느꼈다.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할텐데.' 처음에는 그런 그가 대단하고 달라보였고 그의 그런 열정과 몰두가 그 공간 너머로 나에게 전해져와 감정이 복받쳐올랐던 것 같다.

그런데 그의 글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생각들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행보가 그냥 자연스럽게 그려진 것은 아니구나를 절감했다. 그도 외로움을 느끼고 내가 가지는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고 그것에 똑같이 괴로워하는 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산 것은 그에게는 뚜렷한 그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외로움을 벗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었고 외로움이나 배고픔은 그가 관철하고자 하는 바에 자연스레 수반되는 과정임을 그는 알았던 것이다. 외로움은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그 외로움을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 있다.

사진에 대해 말하는 그의 모습에는 확신이 있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배고픔과 외로움과 수난 속에서도 그는 이십 년을 섬에서 지낼 수 있었을 것이고, 이러한 사진관과 가치관이 형성되기까지 그 과정 또한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닐 터이다. 취미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그저 예쁜 사진을 찍는 것이 좋고 그 이상의 것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던 적도 없다. 사진은 내게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존재가 아니었는데 김영갑 작가의 글을 읽으며 사진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 외형상의 아름다움 이상의 사진관을 가질 것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빈 마음으로 갔던 그의 갤러리에서 그의 사진, 그의 삶, 그리고 그의 말을 통해 많은 것을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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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